한때 다이어트의 상징이던 ‘굶기’와 ‘유산소 지옥’은 이제 옛말이 되었다. 최근 들어 GLP-1 체중감량제가 등장하며 체중 감량 패러다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되었지만, 식욕 억제와 체중 감소 효과가 뚜렷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바쁜 일상 속에서 꾸준한 운동과 식이조절을 병행하기 힘든 30~40대 직장인, 당뇨인, 다이어터들에게는 더욱 매력적인 선택지다.
하지만 ‘살이 빠진다’는 말만 믿고 무작정 시작하기엔, 우리 몸은 생각보다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다. 오늘은 GLP-1 체중감량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하는지, 그리고 이 약을 둘러싼 과학적 근거를 꼼꼼히 살펴보자.
GLP-1(Glucagon-Like Peptide-1)은 원래 소장과 대장에서 분비되는 인크레틴 호르몬으로, 식후 혈당이 오르면 췌장의 베타세포를 자극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한다. 동시에 위 배출을 지연시키고 포만중추를 자극해 식욕을 감소시킨다(Müller et al., 2019).
‘위 배출 지연’이란 💡
음식물이 위에서 소장으로 내려가는 속도를 늦춰, 위 안에 음식이 더 오래 머무르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위가 천천히 비워지면 포만감이 오래 지속되어, 자연스럽게 다음 식사까지의 간격이 길어지고 섭취 칼로리가 줄어든다.
GLP-1 유사체(GLP-1 receptor agonists)는 이 자연 호르몬의 작용을 인위적으로 오래 지속시키는 약물이다. 대표적으로 리라글루타이드(liraglutide),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 등이 있으며, 당뇨병 치료뿐 아니라 비만 치료제로 공식 승인받았다. 임상시험에 따르면 세마글루타이드를 68주간 투여한 비만 성인에서 평균 체중의 약 15% 감소가 나타났다(Wilding et al., 2021).
기존의 식욕억제제는 주로 중추신경계를 자극해 도파민·노르아드레날린 분비를 증가시켜 식욕을 강제로 억누르는 방식이었다. 이로 인한 불면, 심계항진, 우울 등 부작용이 흔했다. 반면 GLP-1 유사체는 우리 몸의 원래 생리적 경로를 모방하기 때문에, 중추신경계의 각성 작용이 거의 없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편이다(Ahrén, 2022).
또한 체중 감소뿐 아니라 혈당·지질 개선 효과도 탁월하다. GLP-1 제제는 간의 포도당 생성 억제, 위 배출 지연으로 인한 포도당 흡수 속도 감소, 인슐린 감수성 증가 등 대사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당뇨병이 없는 비만인에서도 공복 혈당과 HbA1c가 함께 낮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있다(Blundell et al., 2017).
인슐린 저항성이란, 💡
인슐린이 혈당을 낮추는 ‘열쇠’ 역할을 하는 호르몬인데 지방이 많아지거나 만성 스트레스, 수면 부족 등이 지속되면 세포들이 이 열쇠를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그러면 혈당이 잘 내려가지 않아 췌장이 더 많은 인슐린을 분비하고, 결국 복부비만·당뇨·지방간의 악순환이 시작된다. GLP-1 제제는 이런 악순환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현대인의 업무 환경은 장시간 앉아있는 좌식 생활, 스트레스, 야근과 회식으로 점철되어 있다. 이런 환경은 자연스럽게 인슐린 저항성과 복부 비만을 유발한다. 게다가 30대 중반 이후부터는 기초대사량이 감소하면서 예전처럼 쉽게 빠지지 않는다.
기초대사량(BMR)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
근육량을 늘리는 것이다. 근육은 지방보다 대사활동이 활발해, 근육량이 많을수록 가만히 있어도 에너지를 더 많이 소비한다. 따라서 저항성 운동(근력운동)과 충분한 단백질 섭취가 필수다.
저항성 운동은 💡
근육에 일정한 힘(저항)을 가해 근육 섬유를 미세하게 손상시키고 회복시키면서 더 강하고 굵게 만드는 운동을 말한다. 덤벨·바벨 같은 무게를 드는 웨이트 트레이닝뿐 아니라, 스쿼트·푸시업·플랭크처럼 자기 체중을 이용한 운동도 모두 포함된다.
GLP-1 체중감량제는 이런 환경에서 비교적 빠르고 확실한 체중 감소를 가능하게 하고, 동시에 혈당까지 낮추어 대사 증후군 위험을 줄인다. 다만 약물 복용만으로는 근육량 유지가 어렵기 때문에, 저항성 운동과 단백질 섭취를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GLP-1 체중감량제의 가장 흔한 부작용은 메스꺼움, 구토, 설사, 변비 등 위장관 증상이다. 이는 대개 초기 용량 단계에서 위 배출 지연이 갑작스럽게 일어나면서 발생하지만, 수 주 내로 몸이 적응하며 완화된다.
문제는 장기간 사용 시 유지 전략이다. GLP-1 제제를 중단하면 식욕이 다시 정상화되면서 평균적으로 1년 내 감량한 체중의 약 2/3가 재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됐다(Jastreboff et al., 2022). 따라서 약물 복용 중에도 반드시 생활습관 개선(식이+운동)을 병행해, 약을 끊더라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비용이 상당히 높고 장기 보험 적용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경제적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 즉, GLP-1 체중감량제는 ‘마법의 약’이 아니라 체중 감량의 문을 열어주는 도구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GLP-1 체중감량제는 분명 비만·당뇨 관리의 게임 체인저다. 자연 호르몬 경로를 활용해 식욕을 줄이고 혈당을 안정화시키며, 기존 식욕억제제보다 과학적 근거와 안전성이 강하다. 특히 바쁜 30~40대 직장인과 당뇨인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약은 어디까지나 ‘지속 가능한 생활습관’으로 가는 징검다리일 뿐이다. 장기적 체중 유지와 대사 건강을 위해서는 저항성 운동으로 근육량을 늘리고, 충분한 단백질 섭취와 스트레스 관리가 병행되어야 한다.
요약하자면, GLP-1 체중감량제는 과학의 힘으로 비만 치료의 가능성을 확대한 도구이며, 올바르게 사용하면 큰 도움이 된다. 다만 시작 전 반드시 전문의 상담을 거쳐 본인에게 적합한지 확인하고, 사용 중에도 생활습관 개선을 함께 추진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전략이다.